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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점

수 년 전 혼다가 내놓은 NC시리즈는 파격이었다. 스쿠터 형태의 대중 친화적인 인테그라, 평범한 네이키드 바이크 스타일의 NC700S와 로드 어드벤처를 지향한 NC700X의 세 가지 라인업은 완전히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세 쌍둥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라인업을 구성한 이유는 뭘까? 공용 플랫폼은 이미 다양한 모델들에 사용해 왔지만 이 시리즈가 돋보이는 이유가 있다. 생산 단가를 이례적으로 낮춰 소비자에게 부담을 크게 줄인 사실 때문이다. 한 대의 개발비를 들여 세 대로 파생한 이런 식의 설계 방식은 제조사로써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다.

국내 출시된 모델은 어드벤처 모델 NC700X와 스쿠터 타입 바이크인 인테그라였다. 당시 전문 기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로써 상당히 저렴한 가격대 1000만원 선에서 국내 출시할 수 있다는 사실 덕분이었다. 그 후 배기량을 높이고 품질을 개선한 NC750 시리즈가 등장했고, 이 플랫폼 역시 세 가지 모델에 나란히 입혀졌다.

우리가 이번에 시승한 NC750X는 신형버전이다. 2016년형으로써 바디워크부터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물론 엔진과 섀시 등 기본이 되는 부분은 그대로다. 일단 페어링을 산뜻하게 바꾼 점이 눈에 쏙 들어온다. 옆에서 바라보면 마치 트랜스포머 로봇을 보는 듯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이 돋보인다. 도심에 잘 어울리는 실버 컬러도 멋지다.

일단 도심에서 타보기로 했다. 배기량은 745cc이며 수랭 병렬 2기통을 쓴다. SOHC 방식으로 저회전에서 중회전까지 토크가 아주 밀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특징은 이미 전작부터 이어져 왔다. 최고출력은 단 54마력에 불과하다. 토크는 6.9kgm 정도로 준수하다. 수치상으로 보면 전혀 감흥이 오지 않는 바이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직접 타보면 표정이 급히 달라진다.

1단 기어를 넣으면 별 어려움 없이 클러치만으로 출발할 수 있다. 완전히 핸들을 놓아도 1단 기어의 아이들링 토크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총 6단인 기어박스는 절도감이 넘친다. 기어를 넣을 때마다 ‘철컥’ 하는 치합 미션이 기계를 조작하는 맛을 더한다. 혼다의 특징 중 하나다.

스로틀을 감으면 아이들링 시작인 1,000rpm에서 3,000rpm까지 놀랍도록 촘촘한 토크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3,000rpm이 넘어가면 레드존 시작인 6,000rpm까지 맹렬히 돈다. 2기통 특유의 밀어붙이는 힘이 명쾌 통쾌하다. 반면 일반적인 4기통 등의 고회전 엔진을 다루는 버릇대로 타다가는 힘이 쭉 빠진다. 왜냐하면 7,000rpm을 채 못가서 점화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돌지 않는 엔진이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게 NC다. 더 가속하고 싶으면 서둘러 기어를 바꿔주면 된다. 시속 180km까지는 쭉쭉 속도를 뽑아준다.

테스트삼아 최고 속력까지 내보긴 했지만 이 엔진은 이렇게 즐기는 것이 아니다. 2,000~5,000 사이로 쭉쭉 풀 스로틀하며 가속하는 맛이 일품인 엔진이다. 토크가 크진 않지만 저회전에 집중되어 있는 덕에 언제든 마음 먹는대로 가속하기가 좋다. 기어를 별도로 바꾸거나 회전수를 맞출 일도 없다. 차체 무게는 220kg으로 좀 무겁다. 내려서 밀고 끌어보면 무게감이 확 와닿는다. 하지만 왜 올라타고 달리면 못 느끼게 될까?

그 이유는 NC 플랫폼의 큰 특징인 엔진 헤드의 저중심화에 있다. 차체의 가장 무거운 기준점이 보통의 2기통 바이크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과장해 발가락 근처에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낮다. 그래서 일단 바퀴가 구르고 앞으로 가속하기 시작하면 좌우로의 저항감이 매우 미약하게 느껴진다. 어느 속도에서도 방향을 바꾸기가 너무나 수월하다.

이 특징은 특히 시내에서 너무나 즐거운 쾌감을 선사한다. 이게 스쿠터인지 헷갈릴 정도로 저속 운동성이 뛰어나다. 자이로 밸런스가 워낙 좋아 시속 10km내외로 차 뒤에서 천천히 가도 불안함이 없다. ‘뭐 이런 바이크가 다 있지?’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도저히 700cc 급 엔진에 200kg을 훌쩍 넘는 바이크 같지 않다. 발착지성도 나쁘지 않아 키 170cm만 넘어도 멈춰 서서 편안하게 운용할 수 있다.

시내에서 타면서 또 좋았던 점은 수납공간이다. 이것도 사실 이미 전작에서 이어져 온 형태이긴 하다. 보통 연료 탱크 부분이 수납공간으로써 풀페이스 헬멧도 수납가능하며 구형보다 1리터 늘어나 더 여유롭다. 이제 헬멧 안에다 냄새나는 글러브를 우겨넣지 않아도 된다. 실제 연료는 리어 시트아래의 주유구로 넣는다. 연료는 리어 시트 밑을 지나 메인시트 아래로 흘러간다. 그리고 엔진 바로 뒤쪽에 붙은 연료탱크까지, 차체의 거의 가운데 중심으로 흘러 보관된다. 이것 또한 질량 집중, 저중심에 큰 도움이 되는 설계다. 물론 시중에 이런 방식의 바이크는 더 있다.

도심에서의 쾌적함은 스쿠터와 비견될 정도로 탁월하다. ‘선뜻 떠나고 싶어지는’이르는 광고 문구가 여기에도 잘 맞는다. 어딘가 떠날 때 준비할 것이 많거나 여정에 대한 고민이 조금이라도 깊어지면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즉흥 여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바이크가 바로 NC750X다. 바이크를 주차해놓고 방구석에 앉아 있으면 심지어 한동안 못봤던 장 보러 마트라도 가고 싶을 정도다. 기본 수납공간의 존재는 그만큼 우리에게 심적인 여유를 준다.

본격적으로 도시를 떠나 교외로 달려본다. 엔진은 언제나 성실하게 돌지만 도심에서 느꼈던 고분고분했던 특성이 조금 아쉬워지긴 한다. 뻥 뚫린 도로에서 쭉 레드 존까지 달리고 싶은데 그 한계가 조금 빨리 온다. 마치 크루저를 타듯 툭툭 기어를 올리면서 애당초 고단기어로 달리는 편이 재밌기도 하다.

와인딩 코스에서는 안정감이 일품이다. 풋 스텝이 좌우 노면에 긁힐 정도로 강하게 눕히고 휘둘러도 차체는 아주 정직하게 반응하며 매 순간 부드럽다. 스로틀 반응도 예민하지 않아 풀 뱅크에서도 자신 있게 스로틀을 열어 가속할 수 있다. 이 작업이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뒤쪽이 슬쩍 미끄러져도 넓은 핸들바로 쉽게 밸런스를 교정할 수 있다. 운전 포지션은 일반적인 네이키드 바이크와 어드벤처 바이크 중간이다.

서스펜션은 다소 물렁거린다. 특히 앞 서스펜션이 그렇다. 뒤는 2인 승차를 고려해서인지 약간 단단하다. 앞 브레이크는 싱글 디스크에 단동식 2피스톤 캘리퍼, 뒤쪽은 1피스톤이다. 초장에서 설명했듯 이거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초라한 수치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 역시 실제 써보면 의외로 쓸 만하다. 적어도 아 바이크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속도영역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내고 있다. 더 비싼 파츠를 써서 자랑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면 자연스레 단가가 올라가고 우리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명확하게 NC만의 색깔이 드러난다. ‘흔한 파츠로 100퍼센트 성능 내기’다.

시종일관 쉽고 부드럽다. 이런 특성은 초기작인 NC700X보다 더 다듬어진 느낌이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오프로드에서도 이런 특성이 꽤 먹힌다. 서스펜션은 분명 한계가 있다. 차체 무게에 비해 물렁거려 단차가 큰 노면 충격을 다 흡수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운전자로 하여금 과감히 스로틀을 열면서 신나게 달리게끔 만든다. 무게 중심이 차체 가운데로 똘똘 뭉쳐있고 아주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NC750X는 거의 온로드 바이크에 가깝다. 분명 스탠딩에 최적화된 핸들-풋스텝-시트(연료탱크) 포지션은 아니다. 그런데 흙길에서도 심리적으로 몰아붙이게 되는 건 그만큼 컨트롤하기 쉽기 때문이다. 오프로드 스타일만 살짝 답습한 로드 어드벤처 바이크로 이 정도 주파력을 기대한 적은 없다. 기본기가 이렇게까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바이크다. 쉽게 말해 전문 영역도 아닌데 그냥 잘 만들었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달리는 것이다.

윈드스크린도 전작에 비해 높아졌다. 이 정도면 어드벤처 바이크로써 충분한 높이다. 차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웅크려도 바람소리조차 안 들릴 정도로 방풍성이 높아졌다. 계기반은 회전수마다 색상이 달라지는 독특한 컬러 LCD다. 사실 주행 중에 이게 무슨 소용인가, 제대로 보기나 하는가 싶었는데, 해가 지고 야간이 되니 상황이 다르다.

굳이 계기반을 고정 응시하지 않고 주변 시야로 보는 데도 대강 회전수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진동이나 속도감으로 체감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말이다. 스로틀을 쭉 감으면 타코미터 색상은 무단계로 바뀌며, 레드 존이 가까워지면 빨간색으로 드라마틱하게 바뀌어 간다. 얼른 생각해 봐도 이 가격대에 있을 만한 옵션은 아니다.

연료 탱크 자리에는 수납공간이 있고 그 위에는 레일이 추가됐다. 작은 짐들을 묶기 좋도록 배려한 것이다. 터프한 분위기를 더하는 데도 한 몫 한다. 타이어는 듀얼 퍼포먼스 타이어로 온로드/오프로드 그립 할 것 없이 출중하다. 이 역시 이 바이크가 갈 수 있는 커버리지까지는 충분한 성능을 낸다. 이보다 더 한쪽에 치우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설계로만 보면 온로드/오프로드 비중은 8:2 혹은 9:1 정도로 온로드 전문 바이크다. 어드벤처 ‘룩’ 바이크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스탠다드 바이크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실제로 타보니 7:3 혹은 6:4 정도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중심 토크 위주의 엔진, 실용적인 회전 파워와 기어비, 그리고 저중심/질량집중 설계 등 차체 기본기가 출중해 원래 의도보다도 한계치가 더 높아진 경우다.

당연하겠지만 같은 플랫폼의 인테그라도 마찬가지다. 린 성향이 그렇게 경쾌하면서 안정적인 스쿠터(같은 매뉴얼 바이크)는 처음 봤다. 기본적으로 달리고 서고 도는데 아주 충실한 플랫폼이란 얘기다. 어드벤처 룩을 가진 NC750X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국내에는 DCT(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버전이 수입되지 않지만, 여기에 오토미션 방식의 주행 스타일이 추가된다면 또 어떤 조합이 될지 궁금하긴 하다. 아무튼 현재 1,089만원으로 설정된 국내 소비자 가격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다. 여러 옵션들이 추가되면 나쁠 건 없지만, 분명히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옵션이 더해질수록 분명 지갑을 더 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승을 마칠 때 쯤 계기반에 표시되는 평균 연비 표시 기능으로 효율을 체크해봤다. 테스트 기간 내내 꽤 거칠게 다뤘음에도 22.1km/L로 표시됐다. 혼다가 말하는 정속 주행 시 공인 연비는 무려 42km/L에 달한다. 연료탱크는 14리터로 저 회전으로 크루징 한다면 꽤 먼 거리를 갈 수도 있다.

여기에 사이드 케이스나 톱 케이스 등 수납공간을 늘리면 어지간한 투어링 바이크 못지않게 된다. 오래탈 수 있는 미들급 투어링용 바이크를 찾는다면, 또 그다지 높은 출력이나 매콤한 양념이 필요치 않은 사람이라면 이만한 바이크가 또 있을까 싶다.

전작에 비해 테일램프는 더 멋지게 바뀌었고 LED 램프로 변경됐다. 바디워크도 좀 더 강인한 이미지로 바뀌어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는다. 국내 수입 되는 컬러는 시승차와 같은 실버로 도심에도 잘 어울린다. 엔진음도 2기통답고 두툼하다. 여러모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를 잘 갖춘 미들클래스 어드벤처 바이크 NC750X는 전작에 이어 명불허전이란 무엇인지 명확히 증명했다.

 

글 - 임성진 기자  jin@ridemag.co.kr

제공 -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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